[Episode 41] 근황 및 2021년 그리고 다가올 미래

1+1 = 1
새 일을 배우는지도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어떤 일을 하는지 대충 알아서 일을 배우기 전에는 할만하네? 라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복잡하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매일 매일 더 꼼꼼해지고 있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는 건 정말 큰 착오인 듯.
각설하고,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니 어느 정도 적응은 되었다. 일은 여전히 바쁘고, 한 번 모니터를 보면 하루가 다 가는 정말 신기한 현상이 매일 매일 일어나지만,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의 압박감과 희열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모니터를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보니, 눈이 점점 아파지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매일 인공 눈물을 넣어줘야 눈이 괜찮아질 정도이다.

어느덧 재택근무한 지 1년
코시국 덕분에 재택근무를 하게 된 지 어느덧 1년이 돼간다. 홈 오피스도 이제 정리가 다 되었고, 막상 코로나가 끝나고 회사를 다시 가면 너무 어색할 것 같다. 차라리 평생 이렇게 재택근무하는 회사로 변했으면 한다. 재택근무를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간이 더 빨리 가는 느낌이다. 집에서 일하니 앞뒤로 1시간씩 아낄 수 있고, 점심시간에는 짬을 내서 운동도 가능하다.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코로나가 끝나고는 어떻게 될까?
안 나올 것만 같던 백신 접종을 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제일 먼저, 많이 한 거로 아는데, 이스라엘을 보면 다른 나라들도 대충 예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백신 예방률이 상당히 높게 나와서 내년쯤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끔 코로나가 끝나면 어떻게 세상이 변할까 상상하고는 한다. 여행 욕구 폭발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넘쳐날 것 같고, 콘서트 및 공연들도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화상회의나 재택근무는 코로나로 많이 앞당겨져서 일하는 모습은 많이 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온오프라인 시대가 공존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아니 사실 이런 건 모르겠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싶다.

핸드폰을 3년여 만에 바꿈
밤에 러닝을 하러 나가다가 내 아이폰8을 제대로 떨어트렸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핸드폰을 떨어트려서 손상을 내 본 적이 없는데, 정말 금이 잘 가도록 떨어트렸다. 아이폰 12로 바꿨지만, 핸드폰을 잘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생돈만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잠시… 써보니까 처리 속도가 정말 빠르다. 왜 아이폰 12로 바꾸는지 알 것 같았다. 앞으로 적어도 5년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자산 가격
코로나로 돈을 엄청나게 풀어대면서 유동성의 힘으로 모든 자산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물론 내 월급은 안 올랐다. 얘기하는 사람마다 주식 얘기다. 이렇게 주식 얘기를 하는데도 아직은 버블이라고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려있어서 더더더더 올라갈 것 같다. 좋은 기회다 싶어서 조금 수익을 본 돈으로 소문에 주식을 하나 사봤다.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경험치는 잘 쌓은 것 같다. 이래서 투자는 남의 말을 듣지 말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참 재미있는 세상을 사는 듯.


2월이 지나고, 3월이 오면 날씨가 풀리고, 봄이 찾아온다. 매년 봄, 가을만 되면 한국 날씨가 가끔 너무 그립고, 놀러 가고 싶다.

[Episode 40] 이겨낸 이에게 축복을

정말 어마어마했던 2020년.

기대에 부풀어서 맞이했지만, 현실은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 순간으로 전개가 되었고, 아직까지 이 기나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사소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다시 깨우치라는 신의 계시처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누리던 많은 것들을 뺐어 갔다. 그럼에도 봄은 올 것이고,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은 보일 거라고 믿는다. 다들 힘들어했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지나갔고, 내가 10살 때 2020년이라는 시간이 절대 안 올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미 1년이 거의 다 지나갔고 2시간 남짓만 남겨두고 있다. 이렇게 시간은 간다.

사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방향은 부정적인 방향 또는 긍정적인 방향,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인간은 정말 단순하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두 개라면 당연히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심신에 좋다. 하지만 나약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때때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던 힘든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지나보면 할만했네? 라고 생각이 들고, 굳은살이 박혀서 비슷한 레벨의 힘든 시기가 와도 버틸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고 한다. 그 시간은 당장은 눈에 안 보일지라도 훗날 회상해보며 어떠한 의미를 우리에게 부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나이 드신 분들에게 지혜를 구하는 것이고, 조언을 들으려고 하지 않나 싶다. 꼰대가 나쁜 의미이기도 하지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버틸만 했던 시간이었다. 

[Episode 39] 다이나믹했던 2020년

2020년이 약 13일 정도 남았다.

너무 계획하는 대로 살지 말자고 다짐 아닌 다짐을 했는데 3월부터 정말 무계획으로 살아왔다. 6개월 동안 2번의 격리 생활을 했고, 3개 국가를 돌아다녔다. 2020년에 말이다. 길이 막히면 조금 쉬어가고 싶어서 딱히 걱정하지는 않았고, 엄마아빠도 쉴 거면 푹 쉬라고 해서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는 푹 쉬면 되나보다라고 생각했다.

2020년 정말 흘러가는 대로 살아봤다. 타인이 나로 인해 조금 피곤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미안함도 있었지만, 나조차도 내가 백퍼센트 의도했던 데로 흘러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 자신이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때가 꽤 많은데, 2020년이 특히 더 그랬던 것 같다.

13일이 남은 시점에서 뒤를 돌아보니, 엄마가 운이 잘 따르는 놈이라고 한다. 내가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운이 따라주는 건 그저 타이밍이 맞아서라고 생각했고, 그다지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번 연도는 내가 봐도 타이밍이 딱 들어맞는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2020년의 나의 타임라인은 수많은 변수로 채워졌고, 13일만을 남겨 두고 있다.

하루하루가 너무 똑같아서, 허무할 때가 정말 많았다. 무기력했고,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지, 도대체 어떤 무엇을 얻고자 내가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지 정말 몰랐고,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해에 깨달은 점이 있다면 다음날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작은 설렘, 사소한 것에서 찾아야 하는 작은 행복감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무기력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나날도 우주를 기준점으로 하면 정말 티끌조차도 안 되는 존재인데, 이 하루하루가 수많은 변수로 이루어져 있으니 정말 다이나믹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은 깨달은 것 같다.

파도치는 바다를 멍하니 보면서 세상 모든 만물의 시간은 절대 영원할 수 없고,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은 그저 허물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생각하고, 사고를 할 수 있는 생명이기 때문에 진짜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 내면에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너무 뻔한 말이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잊고 살아간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개팅을 해준 친한 누나가 결혼을 하고, 며칠 전에 아기를 낳았다. 누나의 친동생이 나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지라 나도 삼촌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이 아기는 나와는 또 다른 변수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시간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 모두의 시간은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마무리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변수이고, 여기서부터 설렘이 시작되지 않나 싶다. 이 아이는 살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이제부터 할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처음으로 먹는 음식, 처음으로 보는 풍경, 처음으로 마주한 엄마와 아빠. 이 아이의 삶을 잠깐 상상해보다가 하루하루가 똑같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무기력감을 받은 내가 부끄러워질 뿐이다.

두서없이 썼지만 2020년을 이렇게 보내주고자 한다. 훗날 이 글을 보면서 지금 느꼈던 이 감정들을 다시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pisode 38] 비 온 뒤 맑음

KakaoTalk_20201117_002111627일요일 내내 하늘에 구멍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더니, 월요일 하늘은 보다시피 정말 맑다 못해 투명했다. 종일 “날씨 너무 좋다” 멘트만 30번은 한 것 같았다. 월요일 아침을 어김없이 에스프레소 더블샷에 얼음을 띄워서 잠을 깨고, 일하러 책상 앞에 앉았다.

몇 시간 일하다가 갑자기 와이파이 라우터가 다운이 돼버렸다. 통신사에 전화해봤더니 기기 문제라고 한다. 엔지니어가 내일 직접 방문해서 봐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강제 휴가를 당했다.

“린생 (인생)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쥬ㅋㅋㅋㅋㅋㅋㅋㅋ?”
“계획하는 대로 절대 못 살아~”

친구랑 농담을 주고받으며 강제 휴가니 그냥 즐기자고 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발코니 앞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오늘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고, 친구랑 나도 공통으로 말했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지나가는 하루하루를 그저 감사히 보내는 것뿐~

허나 인간은 망각의 존재이기에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생각을 계속해서 잊지 않도록 자신을 어느 정도 세뇌를 시켜야 한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가능한지는 아직 모르겠다.

(망각은 안 좋은 기억을 빨리 잊게 해주는 순기능도 있다.)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언젠가는 망각하게 될 것이지만, 생각의 생각을 계속해서 한다면 어느 정도 지속력은 있지 않을까 싶다.

밤늦게 러닝을 하러 나갔는데, 예기치 못한 소나기에 다 젖고 들어왔다. (안될놈안될…)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수중 러닝을 하고 돌아왔다.

[Episode 36]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하루

반복되는 월요일 아침,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물을 마시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했었다.

.. 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이네. 맨날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 지겹다

허나, 나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뉴스를 보고 알았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오랜 투병 끝에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한다.

곧 떠날 사람에게는 나와 똑같이 보내는 하루가 어쩌면 정말 간절한 하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무의미하게 받아들이는 수많은 시간들이 끝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정말 간절한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이 순간 순간은 절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란 걸 조금 더 피부로 와 닿는 것 같았다. 물론 옛날부터 해온 생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고 해야 하나?

각설하고, 영화 About Time에서 남주가 이런 말을 마지막 부분에서 한다.

“The truth is, I now don’t travel back at all, not even for a day. I just try to live everyday as if I have deliberately come back to this one day, to enjoy it… As if it was the full, final day of my extraordinary, ordinary life. Live life as if there were no second chances.”

로맨스 영화지만 시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몇 마디 문장이 남주가 자신의 시간과 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 표현해주고 있다.

나는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진 하루를 온전히 감사히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나? 시간의 유한성을 항상 깨달으면서, 감사히 살고 있나 ^__^?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Episode 35] 돈을 왜 벌까요

어제도 어김없이 7km 러닝을 하는데 잠시 걸으면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또다시 생각이 나는 물음표. “나는 왜 하루하루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걸까?”

도대체 왜 나는 지금 일을 하는 걸까? 내 삶을 연명하기 위해서 일까? 돈이 있어야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어서? 진짜 이게 다일까? 내가 돈이 충분하게 있었다면 과연 일이란 걸 했을까?

현재 나는 24시간 중의 9시간을 일을 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약  40프로 정도. 절반에 못 미치는 비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은 비율도 아니다. 이 시간을 조금 더 가치 있게 여기려면, 돈 말고 다른 무엇인가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돈을 벌어서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좋아하는 옷을 사 입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다 좋다. 그런데 그 즐거움이 나에게는 그리 꾸준히 지속이 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현재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은 항상 새로운 걸 배우는 거였다. 모르는 걸 계속해서 질문하면서 내가 몰랐던 걸 알아 가는 즐거움이 항상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질문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매달 계좌에 들어오는 돈을 보면 어디서 즐거움 또는 또 다른 가치를 찾아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물론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돈이긴 하다.

숨을 고르면서 이 돈을 조금 더 뜻 깊게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이유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현재 부양해야 할 가족도, 돌봐야 할 강아지도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더 의미 부여를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 정리를 안 해서, 너무 두서없이 썼지만, 필터링 없이 그대로 남겨보고자 한다.

어떻게 한 번 요긴하게 써볼까?

[Episode 34] 나이는 그저 거둘 뿐

대학교 다니던 시절, 축구를 하다가 정말 친해진 형이 있다. 당시 공을 그래도 꽤 만질 줄은 알아서 형이 자기 팀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해서 공을 몇 번 차고, 밥을 먹으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20대 초반에 3살이나 나이가 많았던 형이었지만, 형은 나이에 대해서 그리 신경을 안 썼다. (20대 초반의 3살 차이는 정말 크게 느껴지는 나이 차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형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내가 하는 모든 말이나 장난과 드립을 정말 잘 받아주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한 생각이나 말이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었던 것 같은데 형은 정말 친구로서 대해주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술과 밥을 먹을 때는 정말 잘 챙겨줬었다. 형은 형이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나 보다. 그 당시 군대를 안 갔다 온 나로서는 형의 군대 이야기가 멋있어 보이고, 재미있어 보여서 형이 다녀온 군대를 따라간 것도 있었다. 물론 가고 나서 뼈저리게 후회를 했지만, 훈련받을 때 정말 제일 많이 생각이 났었다.

그렇게 어렸던 나를 어떻게 다 받아줬을까 시간이 흐르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형은 나이 차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그만큼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나이의 개념은 사실 잊기 마련이지만, 유교 문화를 가진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여전히 존재하니, 가끔 나이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학교라는 틀 안에서는 나이가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주를 이루지만, 사회에 나와보면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다.

나이가 어려도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거나, 다른 경험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나보다 무조건 더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깨달았지만, 아마도 형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지 않았나 싶다. 혹은 형 자체가 다른 사람이 뭐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워낙 없어서 그냥 나 자체를 내버려 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정말 넓은 사람이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가끔 형 생각하면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 줄 만한 마음의 크기가 내 안에 존재하는지 질문을 던져보고는 한다.

[Episode 33] 9월의 때껄룩

9월이 다가온다고 말한 지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끝났다. 12개월이 12주 같은 느낌이다. 시간이 이제 가속도가 붙은 느낌이다.

1. 새집으로 이사하기
생활 패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계속 미루어오다가 이사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한 달 정도 기간을 잡고 웹사이트를 통해서 대략 200~300개 정도의 집을 본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서 외국인들이 많이 떠났다고 생각해서 렌트 값이 조금 내려갔을 거란 기대도 했었다. 마음에 드는 집의 리스트를 추린 후, 본격적으로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내공이 조금 쌓여서 그런지 4번째로 본 집이 마음에 들어서 가격 협상을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2600 ~ 2800까지 갔던 집이었는데 에이전트가 2,500달러에 매물을 내놓았던 곳이다. 여기서 조금 더 깎아볼 수 있겠다 싶어서 머리를 좀 굴려보았다. 아래와 같이 중개 웹사이트를 통해 최근 시세를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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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주인 또는 건물주라면 어떤 사람을 선호할까?

나 같으면 우선 자기 장소를 깨끗이 쓰는 사람을 좋아하겠고, 되도록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선호할 것 같다. 안정적인 Cash Flow니까. 또한 한국인은 어느 정도 깨끗한 이미지가 고정관념으로 박혀있으니 한국인이라는 것도 어필하면 좋아할 것 같았다.

대충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에이전트한테 어필하기 시작했다.
“우리 한국인이고, 집 정말 깨끗이 잘 쓸 자신 있어. 집 계약은 1년 살아보고 더 연장할 거야.”
“아, 그리고 우리 비흡연자고, 술도 거의 안마셔! 이 부분을 집주인한테 어필 좀 해줘”

그리고 돌아온 답. 우리가 부른 가격에 +50불까지는 양보하겠다고 한다. 나쁘지 않은 가격대라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 이제 2주 후면 이사를 하게 된다.

2. 자산 분배 다시 해보기
3월에 샀던 펀드 제품 중에 아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소액으로 몇 개 샀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다 매도를 했다. 이유는 현금으로 어느 정도는 보유하고 있는게 맞다고 생각했고, 조정장 국면에서 미국 시장이 어느 정도 더 떨어지게 되면 미국 주식을 더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판단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있어서 주식시장에 주목을 해야 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친구랑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 세대는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너무 낮은 금리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은행 이자로 복리를 기대하는 건 은행에 오히려 돈을 기부하는 행동인 것 같다.

3. 작가 누나
싱가포르에 처음 왔을 때,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싱가포르 관련된 글을 보고, 직접 연락을 해서 만난 작가 누나가 있었다. 싱가포르에 처음 왔을 때, 처음 만난 한국인 누나였는데, 그 당시 프랑스로 간다는 얘기하셔서 그 이후로는 못 뵐 줄 알았다. 그 당시 SNS에 친구를 맺어놔서 오랜만에 SNS를 로그인해보니 누나가 아직 싱가포르에 있으신 것 같아서 연락을 드려서 밥을 한 끼 먹었다. 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다시 뵈니, 누나는 2년 전에 만나고 있었던 프랑스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셨고, 내년쯤에 프랑스로 떠나신다고 한다. 누나도 이렇게 흘러갈 줄 본인도 몰랐다고 한다. 정말 한 치 앞을 모른다~ 각설하고, 글을 어떤 식으로 쓰시는지, 주제 선정은 어떻게 하시는지 등등 글을 쓰는 인사이트도 알려주셨다. 어찌 되었든 못 보게 될 줄 알았는데, 다시 보게 돼서 내심 반가웠다.

4. 3달 남은 2020년을 어떻게 마무리를 해볼까
딱 쿼터가 남은 2020년이다. 10월이면 할로윈도 다가오고, 11월을 지나 12월이면 벌써 연말이다. 싱가폴은 날씨가 변하지 않아서 시간에 대해서 정말 무뎌지게 된다.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인간인지라 망각하고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10월에는 새집으로 이사를 하고, 짐 정리를 하느라 조금 정신없을 것 같고, 연말이 다가오기 전 최대한 많은 글을 써보고 싶다.

[Episode 32] 카르마는 언젠가 돌아온다.

금요일 일을 마치고, 친구들과 영화를 허겁지겁 본 후, 늦은 저녁과 맥주 한 잔을 먹기 위해 근처 펍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마시는 시원한 드래프트 맥주라서 한 모금을 넘길 때, 나도 모르게 크~ 소리가 나왔다. (주모…당신은 대체…) 코로나 때문에 싱가포르는 밤 10:30이면 식당과 펍들이 문을 닫는다. 그래서 밤 10:30이 되면 더 마시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마실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정말 건강한 술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밖에서 술을 마시게 되면, 펍에 손티슈를 팔러 오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된다. 티슈 하나에 보통 3~4불을 받고, 파는 것 같은데 동남아시아에서 살다 보면 이런 행상인을 빈번하게 맞이 할 수 있다. 나도 티슈가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잘 사는 편은 아니지만 어린 애들이 다가오면, 가끔은 사주는 경우가 있었다.

맥주 한 잔과 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던 도중, 내 왼쪽 시선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손티슈를 가지고 식당 안으로 들어오시는 걸 보게 되었다. 들어오시자마자 유럽 애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가서 티슈를 사달라고 손을 내밀었는데, 자리에 앉아있던 남자애가 참 무례하게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주머니의 표정이 안 좋아지는 걸 발견하고,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때려주고 싶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나도 기분이 참 더러워서 술이 더 이상 맛있지가 않았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아주머니는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오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 티슈를 내밀었다. (아마 이러한 일을 이미 너무 많이 경험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마침 지갑에 10불짜리가 있어서 10불을 꺼내서 건네 드렸다. 그리고는 고맙다며 우리에게 물티슈 2개와 휴대용 휴지 1개를 건네주었다. 다른 테이블을 다 돌은 후, 펍을 나가실 때쯤, 다시 우리가 있는 테이블에 오더니, 고맙다며, 이렇게라도 해야 집에 있는 4명의 자녀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말하면서 God bless you all을 외쳐주시며 떠나셨다.

알코올이 조금 들어가서 생각을 해보니, 내가 건네준 10불의 값어치는 저 사람이 생각하는 10불의 값어치랑은 매우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당장 10불이 없다고 해서 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저 사람의 생활에는 아마 엄청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돈이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과 함께 남아있던 맥주를 넘겼다.

나쁜 업보를 쌓는 건,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